지금 얼굴 모습이 옛모습과 다르다면 그자들이 어떻게 이제 와서 알아보았소?아내는 반가의 여자였다. 지난날 양반의 딸이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선 몸을 사리지 않고 그 노동을 견디곤 했다.허준의 침머리가 그 병자의 정수리의 숫구멍을 찾아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머릿속에는 일찍이 유의태가 아들 도지에게 침술의 정수를 가르치며 한 말이 비껴가고 있었다.그 아들을 달래며 집안으로 들어서며 하던 아내의 말을 허준은 그때 들었었다.광익인가!살기 어린 양예수의 눈이 유의태에게 박히더니 돌연 유의태를 밀어붙이며 방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병자를 가로맡고 나서는 행위는 잘했느냐 못했느냐 따질 얘기가 될 것이로되 그 제자들의 존재를 그런 말로 무시하려는 도지의 그 말은 임오근을 한참 흥분케 했다.허준이 고갤 들었다.이리 옵쇼, 쫓아옵쇼.갑자기 또 뭘 설법할 생각인가?창녕서 받아온 것 내놓아라.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밥상은 돼지감자가 반은 섞인 조밥 두 그릇과 묵은 인절미를 구워 담은 접시며 김치도 없이 시래깃국과 마늘장아찌 한 종지였다.상큼 긴장된 눈빛을 들어 남편을 지켜보던 다희도 그 시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이윽고 조용해졌다.방에 둘러앉은 뒤 허준은 다시 어머니가 주모에게 들었다는 유의태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그리고 좋아 깡충거리며 집으로 달려가는 아들의 조그마한 뒷모습을 보면서 그 갯가 수양버들에 머리를 처박고 허준이 혼자 황소 같은 울음을 터뜨린 건 아들도 아내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종진삼월명단시태 혈돈불류상형이변 봉시흑여미정 고복약방술전영생남야.생부가 누굴까.날이 밝으면 툇마루 아래 없어진 강아지를 보고 소스라칠 겸이와 아마도 울음을 터뜨릴 딸 숙영이의 모습이 비껴가고 있었다.하오니 유의원님을 찾아뵙고 .필시 사단은 그 때문이다. 아비가 세상의 인정을 받았구나 싶어 앞뒤 생각도 없이 허둥거린 내 잘못이야. 미리 막았어야 하는 일을 . 왜 하필 우리 집으로 병잘 업고 들어왔노.마님께서 오시오.허준은 그들의 손에 각각 들린 키가 넘는
글을 어디서 그토록 배웠던가? 구일서가 묻자,그날 부산했던 병사가 조용해지자 유의태는 도지를 불러앉히고 엄히 타일렀었다.바람이 허준의 발치를 휘감고 지나갔다.자칫 쉬운 대답을 꺼내려는 자기 자신을 허준은 억제했었다.어디 출타할 기색이더냐?그건 해가 떨어지면 의주로 뻗은 큰길목 역참 앞에 관솔불을 피운 것 외
인터넷바카라 칠흑 같은 어둠에 묻히는 용천읍에서는 못하는 대처다운 장관이었다.아들이 영문도 결과도 모두 알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부드러운 눈빛을 한번 보냈을 뿐 더 이상 아무 언질도 주지 않았다.오간 은혜가 있다면 자기야말로 그 성대감으로부터 정말 꿈에도 상상치 않던 커다란 은혜를 받은 느낌이었다.하여 허준에게는 비밀로 하는 눈치였으나 아내는 언제부턴가 잔칫집을 찾아가 음식 만드는 것을 거들며 남은 음식들을 품삯 대신 싸오곤 했고, 별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때도 없이 제 어미에게 잔칫집에 가길 졸랐다.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나 들을 겸 진주 부내에 나갔다가 연초에 내의원 취재가 있다는 고대해 마지않던 소식을 듣고 기고만장해서 돌아오던 도지와 임오근도 허준의 소식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넌 물렀거라.동지를 지나면서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리는 겨울이었고 허준이 사는 황량한 산음의 산과 들도 내내 눈에 쌓인 채 얼어붙어 있었다.어머니도 아내도 아들에게 있은 그 사건들을 굳이 허준에게 고하지 않았으나 서당에 다니노라 우쭐거리던 아들이 어느날서부턴가 시무룩하니 집안에 남아 턱도 없이 동생을 울리고 동리 상것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것을 보면서 어느날 허준은 아들을 데리고 함께 소세하러 간 개울가에서 그 서당사건을 알았었다. 그 울먹이는 아들의 슬픔을 허준은 달래지 않았다.유의태가 자기의 장침을 양예수의 눈앞에 내보였고 양예수의 손은 자기의 장침을 못 집고 있었다.이어 한결 침착해진 소리로 방문 밖을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허준이 들뜬 듯이 다짐했다.이곳을 떠난 지 오래라니 누가 말씀이오!더구나 해주로 가는 큰배이고 보면 어느 구석엔가 변복한 기찰포교들이